음식쓰레기 버리는 당번을 요일로 정한 것은 명백한 혁의 실수였다. 주말에 가까워지는 요일에는 외식이 잦아져 자연스럽게 음식쓰레기가 적고 월요일에는 대부분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대충 때우기 일쑤이니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수요일과 목요일에 집중이 되어 있는데 그중 목요일은 보통 회식이 잦은 요일이었다. 요약하자면 음식쓰레기의 양은 일주일 중 초반에 집중이 ...
오랜만에 수안에게 아빠 노릇을 한답시고 길을 나선 것이 화근이었을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차에 배터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놀이동산에 들리기 전 카센터에 들릴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석우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무리 시동을 걸려 해봐도 방전된 배터리로는 요지부동이었다. 차라리 조금 더 빨리 주차장에서 뻗었다면 이제 막 ...
김신과 왕여 사이에는 금기어가 있다. 두 사람이 사는데 소용이 없다 판단이 되는 시간이었다. 영겁의 시간을 거친 이와 이제 영겁의 시간을 가야만 하는 이의 만남에서 시간은 불용이었다. 명확히 구분 되던 사계절이 흐릿하게나마 유지가 되는 요즘, 더위와 추위는 그나마 명백해 몇 번을 보냈나 헤아리는 척도가 됐으나 신과 같이 사는 요즘 여는 시도 때도 없이 꽃이...
“오늘 들어오는 신입 청장님 아들이라며?” “아. 그 경대에서도 알아주던 또라이인데 수석으로 졸업했다던 그 아들?” “왜 그 아들을 여기에 꽂는대요? 꽃길만 걷게 해줘도 모자랄 판에.” “본인이 자원을 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강남서에 그것도 강력계를? 걔 진짜 또라이 맞구나.” 다들 혀를 내두르며 오늘 올 신입에 이러저러 말들이 많다. 어제까지 병원 신...
두 사람의 오랜만에 조우는 뜻밖의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KW 증권 서석우 팀장입니다.” “박리환입니다.” “박리환~ 무슨 인사가 거기에서 끝나. 너 답지 않게.” “아, 내 정신 좀 봐. 여기 명함이요. 한의사 합니다.” 뜻밖의 재회에 평소 몸에 밴 단정함을 놓친 리환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뒷주머니를 뒤지다 이내 재킷의 속주머니로 손을...
네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사랑일까 네 생각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이 사랑일까 네가 무엇을 하든 용서될 때부터 사랑일까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네가 지독히 미울 때부터 사랑일까 /이애경,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같이 사는 룸메이트는 여의 마음에 도무지 들 수 없는 치였다. 술을 마시는 날이 마시지 않는 날보다 많았는데 주량은 또 터무니없이 적어 마신 티라...
결혼은 현실이다. 그리고 육아는, 지옥이다. 현명한 그들의 어머니 두 분께서 말씀하셨다.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고. 임신을 했을 때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맞다. 그렇다. 그 말에는 하나도 틀림이 없다. 심지어 온점까지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여는 집에 들어와 해맑게 웃으며 저를 향해 손을 뻗는 유현을 보고...
Episode #1. 사랑은 음식 라디오 부스 안은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평소 고요함을 느끼지 못했던 여가 어느 날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도 고요해 향초라도 가져다 놓을까, 꽃이라도 가져다 놓을까 했지만 없던 것이 있으면 번잡스러운 분위기만 풍긴다며 신이 마다해 결국 부스 안은 치솟은 인기와 반비례하게 단촐하기 그지 없었다. 모던하고 깔끔하다는 표현은 맞지...
이 글에 나오는 의사회 명칭 및 호칭은 모두 다 사실과 다름을 공지합니다. 맹렬한 태양 빛이 정수리를 내리쬐고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책을 들여다보며 낮잠을 잘까, 미루어 두었던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볼까 고민하는 시간이다. 여는 발밑까지 타오를 것 같은 습기 없는 맹렬한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예전에야 흰 피부를 태우려고 부러 이런 ...
김왕에 살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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