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그만 할까요.”피곤해 눈꺼풀이 푹 꺼지고, 살도 많이 내려 전처럼 윤도 나지 않는 얼굴을 한 리환이다. 그러나 본연의 색이 가득한 어롱거리는 눈빛에는 어떠한 체념도 화도 미움도 없었다. 그저, 그 안을 가득채운 것은 이쯤이면 이 말을 짐작을 했을만한 석우 그 자신뿐이었다. 석우가 선물한 반지는 아직 리환의 왼쪽 약지 손가락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김신과 헤어졌다.왕여와 헤어졌다.우리는 헤어졌다.여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울리는 알람 소리에 짜증을 내며 껐다. 평소 잠이 없는 누군가의 부름에 깨는 것이 일상이었다가 기계음으로 깨는 기분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알람을 겨우 끄고 눈을 떴다. 분명 자신이 있는데도 어쩐지 공간이 비어보였다. 보이지 않은 곳에 한기가 가...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서덕준, 환절기 결국 고양이의 주인은 특별히 어여쁜 써니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폐렴 치료가 남아 있으므로 바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고양이는 처음 만나냐는 여의 물음에 써니는 동그란 눈을 예쁘게 감춰 뜨며 말했다. 고양이 같이 예쁜 애는 만나본 적 있는데. 써니의 말을 잠자코 ...
내가 먼저 빠졌다. 만만하게 봤는데 목숨보다 깊었다. 전윤호, 물귀신 여는 이제 막 동물병원의 문을 닫으려는 찰나였다. 오늘은 야근이 길었다. 평소 오후 8시면 닫는 동물병원을 10시가 넘도록 열어둔 까닭은 오늘 하루 종일 상태가 꽤 좋지 않은 녀석이 있어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구름다리를 건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녀석의 눈은 여가 갈 ...
라디오 부스 안은 여의 짙은 한숨으로 가득하였다. 게스트로 어렵게 섭외한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인 배우인 태희도 하늘 같은 선배인 여의 짙은 한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를 보이자 안 그래도 짙었던 여의 한숨이 더 짙어지고 있었다. “저, 선배님. 저는 정말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요, 태희씨. 갑자기 우리 대표님은 왜 여기를 와서 저렇...
빠르고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 어느 한 순간만은 고요할 때가 있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털썩 주저앉아 자세도 바르게 하지 못한 채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그 때, 겉으로 보이는 고요한 모습과는 달리 그 속에서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사(死)와 생(生)이 맞서 싸우고 처절하게 부딪히고 있는 그 순간. 우리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
김왕에 살고 묻는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